일기의 본질
어렸을 적 초등학교 숙제일 뿐인 일기 작성이었다. 그저 내 기분이나 있었던 일을 가볍게 적어놨을 뿐이었는데, 중학생 때 상당히 몰입해서 봤던 기억이 있다. 생각보다 나는 변해있었고, 생각보다 나는 성장해 있었다.
그때부터 일기를 매일은 아니어도, 사소하거나 큰 이벤트, 기억하고 싶은 날들을 종이에 적어두기 시작했다.
적어두면 언젠가 보지 않을까 싶어서...
10년 넘도록 일기를 써오면서 일기를 본 적은 3번도 안 되는 것 같다. 신경 써서 많이 볼 줄 알았는데 일기를 쓰는 효과의 본질은 과거 회상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재미있던 추억, 내가 대단했던 것, 사람들에게 실수했을 때, 쪽팔린 날, 누군가의 욕을 적기도 하고 존경하는 글을 적기도 했다. 대부분은 대단했던 열정의 피드백과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나의 실수나 어리석음을 성찰하려 쓴 것 같다.
기록의 보상
꾸준히 기록하다 일기를 쓰는 진정된 효과가 밖으로 나오는 시기가 있었다.
나에 대한 성찰은 물론이고 어떤 자료에 대한 요약이나 정리 실력이 엄청나게 늘었고, 무언가를 객관화하는데 쉽게 느껴졌었다.
일기를 적으면 나의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날 하루 안 좋은 감정을 느끼면 일기장에 적어 무엇이 잘못됐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잘못을 했는지 상대가 무례했는지, 해결할 수 있는 건지,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 그냥 합리화하면서 넘어가기보다 그 상황의 본질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좋았던 것 같다.
또 하루를 정리하면 하루에 대한 요약을 하면서 글을 적는 실력, 요약 능력, 상대방에게 의사 전달하는 말 실력까지 늘어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모든 것을 적을 필요는 없다
하루를 모두 적다 보니 일기장에 의존하려는 습관이 생겼다.
그날 있었던 일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일기장에 적어 나의 선행을 기록하려 하고, 나의 실수를 '그럴 수 있지'라고 합리화를 하며 말이다.
일기장에 적으려 행동하지 말고 어딘가에 남기려 하지 말고, 흐르는 데로 지나가는 데로 보내줄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뭐든지 과하면 안 좋다는 것이 여기에도 포함돼 있는 것 같다.
오히려 '독'
글 쓰는 실력이 늘자 말하는 실력이 늘었고, 주변 사람들이 대하는 것도 내가 주변 사람들 대하는 것도 바뀌었다.
그리고 정말 실수라 생각한 것들은 반복하지 않는 것 같다.
(그냥 내 생각...)
일기를 꾸준히 써보자 괜히 쓰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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